우리의 명절과 민족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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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날, 쥐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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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력 정월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 불렀다. 예전에는 이 날이 설날만큼 의미가 있었다. 연간
약 2 백 가지인 우리 세시풍속 중 절반이 정월에 몰려 있고, 정월 세시풍속의 절반이 대보름과
관련이 있다. 달의 움직임에 따라 생활했기에 한 해의 첫 만월을 매우 중히 여긴 것이다.
설날부터 대보름날까지는 세시 풍속도 다양하고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 음력 정월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 불렀다. 문일평(文一平)의 [호암전집 湖岩全集]에
다음과 같이 상원에 대한 일화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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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은 정월 십오 일이니, 이 날에 첫째
생각나는 것은 약밥이다. 전하는 말에는 신라 소지왕(炤智王)이
까마귀의 경고(警告)로 말미암아 금갑(琴匣)을 쏘아 위난(危難)에서
벗어난 날이 마침 이 상원이므로 이날로써 까마귀의 제일(祭日)을
삼아 약밥을 지어 무르추개질하던 것이 후세에 와서는 국속(國俗)을
이루어 마치 떡국이 원일(元日)의 시식(時食)이 되듯이 약밥이 상원의
시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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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차례' - 대보름 전날의 세시민속으로 '아홉 차례' 라는 것이 있었다. 이날 글방에
다니는 아이는 천자문을 아홉 차례 읽어야 하고, 새끼를 꼬면 아홉 발을 꽈야 하고 나무를
하면 아홉 단을 해야 한다. 빨래를 하면 아홉 가지, 물을 길으면 아홉 동이, 매 맞으면 아홉
대를 맞아야 한다. 오곡밥도 아홉 번 먹었다. '9'라는 숫자는 길수(吉數)인 '3'이 세 번 곱해진
큰 길수이다. 그러나 '아홉(9)수'는 너무 지나치게 운수가 좋다보니 액운이 따를 수 있으므로
아홉수의 나이에는 혼인을 하지말라는 등의 속신도 있다. - [입춘], [삼짇날], [중양절] 참조
- 달이 뜨면 아이들은 뺑대쑥단에 자기 나이만큼 묶은 볏 짚 끈을 하나 씩 풀어 태우며 달님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 대보름 전야에 베푸는 호기놀이·오방놀이·지신밟기도 있다. 풍악을 치고 집집을 누비며
대청-큰방-우물-부엌-측간-곳간 등을 돌며 잡귀와 잡신을 공갈하여 내쫓아 주고 대가로서
술과 떡을 대접받고 곡식을 얻어 모은다. 모은 곡식으로 떡을 빚어 나누어 먹으면 연중 병귀가
가까이 하지 않을 것으로 알았다.
- 볏가릿대 풍속 - 농가에서 정월 보름날 하루 전에 볏짚단의 밑 부분을 묶고 그 안에
벼·보리·조·기장·수수·콩·팥 등 갖가지 곡식을 이삭채 싸서 긴 장대 끝에 매달아 안채
한 귀퉁이나 외양간 옆에 높이 세운다. 이것을 볏가릿대라 하는데 곡식을 넣어 묶은 짚단 밑에
목화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목화를 매달기도 하고 또 새끼줄을 여러 개 늘어뜨려 놓기도 하며,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가지 많은 나무에 여러 곡식이삭과 목화송이를 장식하여 세우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새벽 일찍이 집안 아이들로 하여금 볏가릿대주위를 돌면서 풍년을
기원하는 노래를 해가 뜰 때까지 부르게 한다. 볏가릿대는 음력 2월 1일 농사를 시작하는
머슴날에 거두는데. 이때 짚단 안에 넣었던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 볏가릿대 풍속은
한강 이북에서는 볼 수 없고 한강 이남의 영호남 지방에서만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것은 우리민족의 고대 생활에서 유래된 고유의 풍속인 것을 알 수 있다.
- 우정솥 - 밤이 이슥해지면 또래들은 밥과 나물을 훔쳐 비벼 먹곤 했다.
어머니들께서는 훔쳐갈 밥을 우정(友情) 솥 안에 넣어 두셨는데 가끔
토끼며 닭서리까지 하다가 경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 보름절식(귀밝이술과 부럼, 사진1) - 보름 새벽에는 오곡으로 밥을
지어먹고, 두부, 취나물, 콩나물 등을 먹는다. 아침에 찰밥을 지어
성주신에게 바치고, 이때 바쳤던 술을 '귀밝이술'(또는 명이주(明耳酒),
치롱주(癡聾酒))이라 하여 마셨다. 이 풍습도 아직 남아 있는데,
대보름날 새벽에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잘 들린다는 것이다. 이날 또, 호두
은행 잣 등을 깨물며「올 한해 피부병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빈다. 「부럼 깨기」라고 한다.
부럼은 피부 부스럼에서 나온 말이다. 나이 수대로 깨뜨리기도 하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몇
개만 깬다.
- 달집태우기 - 낮에는 윷놀이 판이 벌어지고, 저녁이면 온 동네 사람이 마을 동산에
올라 동천에 뜨는 달을 맞이하며 "달 봤다"외치면서 절을 하며 한해 소원을 빌었다. 그런 후
장작, 볏짚, 솔가지, 댓가지로 높이 쌓아 만든 달집에 불을 사르기로 달맞이를 하며 그 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 액연(厄鳶) 태우기 - 겨우내 날리며 놀던 연을 줄을 끊어
날려보내거나 달집에 넣어 태운다. 연에다 '액(厄)'자 하나를 쓰기도
하고,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 혹은
'某家某生身厄消滅'이라고 써서 띄우다가 해질 무렵에 그 연줄을
끊어버린다. 액운(厄運)을 멀리하고 태우기 위함이다. 이날 이후 연을
날리면 상놈이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 남녀 줄다리기 - 달맞이가 끝나면 남정네와 여인네들이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하는데 여인네들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 하여 남정네들은
슬그머니 져주기도 했다. 달은 여인이며 풍요의 대지이기 때문이다.
- 다리 밟기(踏橋) - 이밖에도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언덕에 올라가
달뜨는 것을 기다리는 영월(迎月), 일년간 다리에 병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양의 수표교(水標橋) 등을 밟는 행사와 지방에 따라 숱한
민속행사가 있었다.
- 쥐불놀이 - 요즘 대보름날 밤에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쥐불놀이는 원래 새해 첫 쥐날
(상자일(上子日)) 민속이었다. 남자들이 논두렁에 불을 질러 쥐를 없앰으로써 그해 풍년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때 여자들은 빈 방아를 찧으며 쥐가 없어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 먹거리 - 세시의 먹을거리로는 정초의 떡국·식혜·부침개·엿·조청·인절미 등이 있고,
대보름날은 부럼 외에 차조인절미·나박김치·고사리·시래기·호박·가지·취나물 등이
있었다. 또한 대보름을 대표하는 음식은 약밥이다. 대추·밤·꿀·잣 등을 섞은 찹쌀밥으로
신라 때부터 즐겨 먹고 있는데 이는 왕실의 위기를 구해준 까마귀 제사 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쌀에 콩·팥 등을 섞은 오곡밥도 해 먹는다. 오곡밥은 세 집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여
이웃과 나눠 먹는다.
- '굶는 개' - 사람들은 이것저것 잘 먹고 마셨지만 이날만큼은 개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다.
보름날 개가 밥을 먹으면 여름에 파리가 끓는 등 발육이 좋지 않다는 속설 때문이라 하지만
크고 밝은 달을 바라보며 밤새 짖어댈 개의 배를 미리 허기지게 하여 지쳐 짖지 못하게 할 필요
때문이다. 지금도 굶는 것을 "개, 보름 쇠 듯 한다"고 하는데
그 의미는 즐거이 지내야 할 명절을 특별한 음식도 없이 무미하게 지냄을
이르는 말이다.
- 2월 14일은 서양의 몇 개 나라들에서 연인의 날로 알려진 발렌타인 데이다. 3세기경 로마에서
순교했던 성인(聖人) 발렌타인의 제삿날인 것이다. 영국에서 나온 펭귄 북스의
'성인사전(聖人事典)'을 보면 성 발렌타인은 전설적인 순교자로, 이날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카드와 선물을 보내는 습속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다. 영국에는
겨울잠에서 깬 새들이 2월 14일을 기해서 사랑을 시작한다는 속전(俗傳)이 있는데 이 속전과
이 성인의 제삿날이 우연히 맞아들어 연인의 날이 됐을 것이라는 게 이날의 기원이다. 그래서
이날 영. 미. 불 등 소수의 나라에서는 카드와 초콜릿을 연인에게 선물하는 풍속이 있지만 정작
발렌타인의 고국인 이탈리아에도 그런 습속은 없다.
- 이날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그 원천을 따지고 보면 불순하다. 초콜릿의 원료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그 원산지인 멕시코의 아즈텍인 들에게 있어 최음약(催淫藥)이었고, 18세기
유럽에서는 색남(色男) 카사노바가 초콜릿을 먹여 부인들을 유인한 것이 뿌리가 되어 '은밀한
침실의 묘약'으로 알려져 유럽의 상류사회에선 내놓고 먹을 수 없는 금단의 식품이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초콜릿을 장사 잇속이 밝은 일본인이 발렌타인데이와 결부시켜 사랑의
선물로 치장하여 유행시킨 것이다.
- 아무리 구미선망, 구미모방이 혹심하다 한들 이 발렌타인 데이까지 끌어들여 극성을 떨고 있는
몰지각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돌아보자. 일부 백화점이나 제과점에서는 정초나 추석명절 때
특매(特賣)를 하듯 발렌타인 대축제니 발렌타인 페스티발이니 하여 법석을 떨며 특설코너를
설치, 분별없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 유인하는 상혼(商魂)을 과시하고 있다. 보도된
바로는 수십 억 원대의 초콜릿이 수입되고 하나에 수만 원 짜리하는 발렌타인 초콜릿까지
나왔다 하니 대단한 발렌타인 광기(狂氣)가 아닐 수 없다.
- 문제는 상혼이 외국의 명절까지 끌어들이는 풍속 사대주의요 문화적 식민주의에 있다고 본다.
연인의 날이 꼭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전통사회에서 찾아 부활시킬 수도 있다.
- 우리나라에도 은밀히 나마 연인의 날이 있었다.
이를테면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정월 대보름의 '탑돌이'는 우리 고유의 발렌타인데이
풍속이었다.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었던 신나는
축제날이었던 것이다. 세조 때의 서울 원각사(圓覺寺) '탑돌이'는 연문과 추문이 심하여
금지령까지 내렸다한다. 연중 단 한 번의 공식외출을 허락 받았던 정월 대보름날 밤에, 다리를
밟다가 눈이 맞은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울안에 갇혀 사는 처자들의 상사병(相思病)을
'보름병'이라 했다. 대보름날도 한국의 발렌타인 데이었다고 할 수 있다.
- [경칩] -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날(양력, 3월 6일)이 또한 연인의
날이었다. 경칩이 봄의 절기(節氣)이고 보면 동서고금의 사랑의 날이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이 무렵인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이다. 물론 외국 사람들처럼 동물적으로 상스럽게
짝을 짓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고상하고 추상적으로 사랑을 하였다. 은행나무에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있는데 서로 맞바라 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가 결실(結實)을 한다는 순결한 사랑을
유감(類感) - 이날 정을 돋구고 싶은 부부나 멀어진 정을 결속시키고 싶은 부부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처녀 총각들은 은밀히 숨어서 은행을 나눠먹었던 것이다.
- 우리 옛 문헌 `사시찬요'에 보면 은행 껍데기에 세모난 것이 수 은행이요, 두모난 것이 암
은행이라 했는데, 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 날 지아비가 세모 은행을, 지어미가
두모 은행을 맞바라보고서 생긋 웃으며 먹는 품- 서양말 폼이 아니라, 순수 우리말 품 -은
낭만적이 아닐 수 없었겠다. 처녀 총각들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그저 동구밖에 있는 수 나무
암 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고 또 정을 다지기도 했다. 은행나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만 자라는 동방(東方)의 나무다.
- 두 갈래진 은행 나뭇잎을 처음 본 독일의 문호(文豪) 괴테는 `잎은 하나이면서 둘인가 /
둘이면서 하나인가 / 아! 사랑은 저러해야 하는 것을...'하고 읊었음도 사랑나무로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 이처럼 사랑을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구상(具象)에서 추상(抽象)으로 승화시켰던 우리
선조들 정말 멋있었다. 또한 달콤하지만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질 초콜릿 같은 사랑이
아니라, 쓰지만 영원히 변치 않을 은행(銀杏)나무 같은 사랑을 나누었으니 우리 조상들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 [칠석날] -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를 가로질러 상봉하는 날이다. 이날 밤 아가씨들은
걸교(乞巧)라 하여 반원형의 달떡을 빚어 놓고 베 짜는 솜씨와 바느질 솜씨를 비는 민속이
있는데 걸교- 재주를 비는 행위-는 명분이요, 실속은 마음먹은 사람을 움직이게 해 달라거나
시집가게 해달라는 사랑의 기도였음이 우리 옛 잡가(雜歌)나 속요(俗謠)에 보면 잘 나타난다.
- 시집가는 날. 신랑 신부가 더불어 입을 대는 표주박을 합근박이라 하는데 이 사랑의 표주박을
칠석날 가려 심는 것도 사랑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먹는 반달 떡을 `짝떡'이라 하는데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의 떡이란 의미이다. 원색적인 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릿에 비겨 짝떡은 얼마나
낭만적이며 시적(詩的)인가?
- 민족 정신이 살아있는 한, 나라가 빼앗겨도 결코 빼앗긴 것이 아니오. 나라가 아무리 부유해도
민족의 정신이 사라지면 식민지 노예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청소년은 민족의 미래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민족 고유의 풍속을 개량 계승하여,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나 경칩(양력
3월 5일)·칠석(음력 7월 7일)을 [우정과 사랑의 날]로 기념하여 서로에게 부럼(땅콩, 밤, 호두
등)을 선물하거나 지난 가을철에 책갈피에 넣어 말려둔 은행잎에다 사랑의 시를 적어 전하고,
신토불이(身土不二)한 은행씨앗을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의 징표로 선물하면 참 좋겠다. 참
좋겠다. 참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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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는 그렇지도 않겠지만, 도시에서는
지내 놓고 보니 어제가 정월 대보름이었구나 할 사람은 없을까. 이 날은
개가 밥을 얻어먹지 못하는 날이라 「개 보름 쇠듯 한다」는 속담도
있다지만, 음력이 천대를 받는 요즈음 같아서는 사람이라고 별다른 대보름을
쇠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집안에 노인이라도 계시면 귀 밝으라는
귀밝이술, 부스럼 나지 말라는 부럼 깨물기라도 있음직하고, 유난스러운
집 같으면 오곡밥에 취로 복쌈을 싸 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하다못해
호박고지 무시래기를 삶아 진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 년 열두
달, 명절이 적지는 않지만, 정월 보름 전후 며칠도 어느 명절에 못지
않을 만큼은 세시(歲時)의 습속(習俗)이 많은 듯하며, 줄다리기, 연날리기,
더위팔기, 제웅치우기……누구나가 아득한 기억을 헤쳐 가면서 회상에
잠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신정에, 구정에 삼중
과세를 한다는 우리들이, 갈수록 이러한 아늑한 습속에 굶주려 가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천관우 千寬宇/신세시기(新歲時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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