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명절과 민족 문화

섣달 그믐날 (除夕, 除夜)

    money.gif 까치 설날과 제야(除夜)의 종소리

  • 새해를 기다리는 바로 전날. 섣달 그믐날 밤을 제석(除夕), 제야(除夜)라 한다. 이는 한해를 마감하는 '덜리는 밤'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양력 12월 31일과 음력 섣달그믐날 그 풍속이 중복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 작은 설, 묵은세배 - 섣달 그믐을 속칭 '작은 설'(동지를 작은 설이라고도 함.-[설] 또는 [동지] 항목 참조)이라고 하여 묵은세배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이날 궁전에서는 2품 이상의 조관(朝官)이 왕에게 '묵은 해 문안'을 드리고, 궐내에서는 제석 전날부터 연종포(年終砲)를 놓고 화전(火箭)을 쏘며 나고( 鼓, 징과 북)를 울렸다. 이는 잡귀를 물러가도록 위협하는 제의(祭儀)이다. 민가에서는 사당과 가묘나 어른들에게 묵은세배를 드렸다. 이는 한 해가 무사히 간다는 뜻으로 드리는 인사이다.
  • 까치 설 - 동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깨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에요."라고 부르던 "까치 설"이 바로 이 날이다. 신라 소지왕때 궁주(宮主)와 중이 공모하여 왕을 해치려 하였는데, 까치(또는 까마귀)와 쥐, 돼지의 인도로 이를 모면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쥐와 돼지는 상십이지일에 들어가는 동물이라 설날이후, '쥐날', '돼지날'이라 기념하지만, 불행히 까치를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설"이라 이름지어 노래한 듯 하다.
  • 세밑의 바쁜 중에도 각 집마다 부뚜막 헌 곳이 있으면 새로 바르고 외양간도 치우고 고치며, 거름도 퍼내어 설을 낮을 준비를 하는데, 그믐날 마당을 깨끗이 쓸어 그 쓰레기를 이용하여 마당 한 구석에 모닥불을 피우는데, 이는 모든 잡귀를 불사른다는 신앙적 속신이 있다.
  • 세찬(歲饌) - 세모(歲暮)에는 친척 또는 친지들 사이에 생치(生雉), 생전복, 대추, 생선알, 육포, 마른생선, 감자, 귤, 건시(乾 ) 등을 주고받는데, 이를 세찬이라 하며, 설날 차례상 차리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한편 궁중에서도 70세 이상 되는 조관(朝官)과 명부(命婦)에게 쌀과 어류 등을 나누어주었는데, 이를 세찬이라고도 한다. 오늘날의 연말 보너스인 셈이다.
  • 빚청산 - 또 한해 동안의 거래관계를 이날에 모두 청산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래서 설날 준비도 하랴 여러모로 바쁜 총중에도 밤중까지 빚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가면 정월 보름까지는 빚을 독촉하지 않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 제야(除夜)의 종과 33考   - 섣달 그믐날 밤 자정에 여러 곳의 절에서는 뭇 중생의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없앤다는 뜻으로 종을 108번 울렸다. 오늘날에는 양력 12월 31일 자정에 서울 보신각과 각 지방에서는 33번의 제야의 종을 울린다. 108이란 숫자가 그러하듯이 `33'숫자도 불교에 뿌리를 둔 숫자다. 이 세상에는 백의관음(白衣觀音) 수월(水月)관음 약왕(藥王)관음 등 자비스러운 33 관세음보살이 있는데 천상 천하 지상 지하 모든 사람으로 응화(應化), 화신(化身)을 한다. 이렇게 33관음은 도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화신한다 하여 `33'은 그 모든 곳에 있는 그 모든 사람을 뜻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비단 불교뿐만 아니다. 성균관 서생들이 대궐 앞에 가 상소할 때도 33명을 뽑아 보냄으로써 전체 의사임을 표방하였다. 만인산(萬人傘)이라 하여 육조(六曺)거리에서 지방 수령들의 송덕(頌德) 시위(示威)를 할 때도 33명을 뽑아 올림으로써 그 지방 백성의 총체적 의사임을 과시하였다. 혹정(酷政)에 저항하여 민란(民亂)을 일으킬 때도 사발에다 33명의 이름을 적어 통문(通文)으로 돌렸다. 단체나 회사를 발기할 때도 그 발기인 수를 33명으로 하는 것도 관례가 돼있었다. 3.1 운동 때 민족 대표를 굳이 33명으로 한 것도 바로 독립의지가 전국민의 의지임을 표방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33번의 종을 치는 것은 '온 사방 만 백성'의 시름과 번뇌를 씻고, 새로운 한해를 축원하는 의미이다.
  • 제석에는 윷놀이, 옛날이야기, 이야기 책읽기 등 흥미있는 놀이로 밤을 새우는데, 세투(歲鬪)라 하여 투전(鬪 장계 전[片+戈+戈]), 화투(花鬪)를 하면서 밤을 지새운다. 이때는 대개 편을 짜서 음식내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 밤샘(守歲) 민속 - 수세, 또는 '별세(別歲)' 또는 '해지킴'이라 하여 제야에 졸거나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하여 방마다 불을 켜고 밤을 새우는 풍습이 있는데 그 풍습에는 다음과 같이 믿음에 연유한다. [조선일보] - '이규태 칼럼'에서
  • money.gif 조왕신과 산타클로스

조왕신

    [부엌의 신 조왕신과 조왕단 ]

  • 조왕 부엌신 - 우리 나라 옛 집 부엌에 들어가 보면 복판벽에 조왕단(부엌 조 자王壇)이라는 돌출 부분에 조왕수(부엌 조 자王水)가 놓여 있게 마련이다. 부엌신(神)인 조왕님을 연중 그렇게 정성스레 모셨던 것이다. 일년내내 그 집안 사람들의 소행을 낱낱이 지켜보았던 조왕님이 섣달 스무나흘날 승천하여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낱낱이 고해바친다. 그 승천 보고에 따라 선행이 많으면 응분의 복을, 악행이 많으면 응분의 화(禍)를 내린다. 곧 새해의 길흉화복이 조왕님의 보고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그리하여 승천한 날부터 조왕단에 `하늘에 오르사 좋은 일만 말해주십사(昇天言好事)'니 `좋은 일은 많이, 좋지 않은 일은 조금만 고해주십사(好多說不好小說)'하는 첩자를 써 붙이기도 하고 또 엿과 술을 차려 승천하는 조왕님에게 뇌물을 바치기도 한다. 이렇게 심판 받는 섣달 그믐 동안은 매사를 조심하여 부부간에 방사(房事)도 하지 않고, 기방(妓房)은 파리 날리며, 도둑들도 이 동안만은 휴무를 하는 것이 관습이 돼 있었다.
  • 수세(守歲) 민속 - 이렇게 지난해를 심판 받고 새해의 길흉(吉凶)을 받아들고서 섣달 그믐날 밤 부엌을 통해 들어온다. 조왕님이 돌아오시는 날 밤 부엌을 비롯, 방이며 마루며 외양간이며 측간이며 구석구석에 등불을 켜 잡귀를 쫓은 다음 경건하게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며 밤샘(守歲)을 했던 것이다. 이를 조허모(照虛耗)라 하여 우리 한국인이 신(神)과 직결된 자신의 양심에 되돌아오는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 산타클로스 조왕신 - 크리스마스 전야에 굴뚝을 통해 들어온다는 산타클로스는 서양의 조왕님이었다. 더욱이 조왕신을 화상으로 그릴 때 붉은 옷을 입히는 것도, 붉은 외투를 입고 나다니는 산타할아버지와 너무나 흡사하다. 이 한국의 조왕신앙은 중국의 도교(道敎) 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오늘날 섣달 그믐날밤의 풍속은 음력과 양력으로 중복 혼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섣달 그믐은 망년(忘年)이 아니라 수세(守歲)라 하여 흥청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방, 마루, 부엌, 마구간, 측간까지 온 집안에 불을 켜놓고 조왕신의 하강을 경건하게 기다리는 성스러운 밤이요 엄숙한 밤이기에 근신하는 경건한 풍속이 있었는데 오늘날의 제야(除夜)에는 젊은이들이 주색으로 밤새 흥청거리는 모습은 어제도 잊고, 내일도 잊고,  자신마저도 잊고 헤매는 망아(忘我)의 자세라서 더욱 안타깝다. 조용히 제야의 종을 듣고 묵은 한해를 돌이켜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밤이기를 바란다.